지은이 : 가키야 미우

   번  역  :  이소담 

   독서 회원 중 몇 분이 ‘인문학 도서도 좋지만 소설도 읽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주셔 이번 12월엔 소설책을 선정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읽다보면 내 살림살이와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가벼우면서 은근히 울림이 큰 책입니다.

물건을 자꾸 사거나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청소해 주는 정리전문가 오바 도마리의 활약상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집을 정리하고픈 마음이 불쑥 일어납니다. 솔직히 우리 모두 ‘남이 정리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쌓여있는 묵은 살림살이, 장롱속 옷더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나요. 이 책은 정리법의 소설형 실용서이기도 하며, 각자 내면의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하도록 가만히 등을 밀어줍니다.

‘당신의 정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베스트 셀러를 내고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하는 정리전문가 오바 도마리, 단순히 집을 청소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 상담으로 인기도 많은 그녀지만 소설속 문제 인물들에겐 환영받지 못합니다. 본인의 의지로 도마리씨를 부른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보다 못해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번듯한 회사에서 말끔한 외모로 일하지만 쓰레기집에서 사는 싱글여성 하루키, 목어 전통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홀아비 덴조, 3백평 집에 온갖 물건을 쟁여놓고 사는 자산가 독거노인 에이코, 고급 관사에 살면서 집안일에 손놓아버린 주부 마미코, 4인 4색의 정리 정돈하지 못하는 사연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꼭 남의 이야기는 아닌 것처럼 다가옵니다. 도마리씨는 ‘정리하지 못하는 정도’ 체크시트 0 X 10문항을 만들어 우리 자신들에게 질문하게 만듭니다. 3,4개 문항에 ‘0’로 체크했다면 당신은 정리 블랙리스트.

집을 정리하지 않고 사는 그들만의 사정이 무엇일까, 곰곰히 스스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작가는 “지금 필요하지 않아도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 ‘언젠가’라는 날은 절대 안 와요.”

강력히 조언하고 있습니다.

12월을 마무리하며, 오래된 숙제, ‘정리를 지금 당장 하라’는 작가의 반가운 명령을 순순히 접수해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