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
글쓴이 김서령. 단아하고 영롱한 글,
단 맛이 돌고 향기있는 표현들, 문장이 아름다워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보석 같은 낱말들.
그러나 지금 그는 영롱한 빛이 되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습니다.
“기름 내음이 돌면 부엌은 금방 잔칫집 처럼 은성해 진다. 치마꼬리가 불이나게 바삐 돌아가면 뱃속에서는 절로 웃음이 퐁퐁 솟는다.
맑은
간장에 파 마늘 다져넣고 고춧가루 참기름을
살짝 쳐 양념간장을 만드는건 엄마 몫이다.”
<배추적을 먹었다>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금방이라도 배추적 한 젓가락이 입으로 들어올 듯한 묘사여서 깜짝 놀랍니다..
부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매일매일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방식에 비유합니다.
“세상에 에너지 불변의 법칙과 똑 같은 정성 불변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들인 정성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 언정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주 공간안에
총량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믿음이다.”
그 정성이 일상으로 구현되는 것이 음식이고 그 음식의 본질은 기본이 바로 장이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햇장을 흡사 봄에 부는 바람결이라고 했습니다.
“춘 삼월 다사로워진 봄볕아래서 햇장 보시기의 오방색과 마주 앉을
때에 내게는 비로소 봄이 시작되었다.
한 숟갈 입안에 흘려 넣으면 뱃속에서부터 실핏줄 구석구석까지 약동하는
봄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럴 때 뒷 뜰에선 살구꽃이 툭툭 소리를 내며 벌어졌고 앞 산에선 뻐꾸기가 뻐꾹뻐꾹 의젓하게 울었다.”
봄을 이렇게 맛깔 나게. 구사하는 문장을 보았을까?
불루베리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담뿍 발라 창가에 앉습니다.
그 새 살풋 녹은 봄 바람이 코끝에 와 닿습니다.
봄이 어느새 어깨에 내려와 앉습니다.. 따스하고
보송한 봄입니다.
- 도서추천위원 : 김경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