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기행-<디 아워스(The Hours)> 강의자료

                                                                                                                                     황영미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영화평론가, 소설가,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 한국사고와표현학회장)

1. 마이클 커밍햄의 소설 『세월』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델러웨이 부인』을 쓰는 과정과 1949년에 미국 LA에서 이 소설을 읽는 로라 브라운(Laura Brown), 1990년 뉴욕에서 『델러웨이 부인』처럼 하루를 살아가는 출판편집자인 클라리사 보언(Clarissa Vaughan)의 삶을 병치시킨 마이클 커밍행(1952~)의 『세월(The Hours)』은 퓰리처상 수상작(1999년)이다. 세 여성들이 다른 시공간에서 하룻동안 겪는 일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의 부조리성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이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을 소설적 자료로 차용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한 요소인 패러디를 넘어서 버지니아 울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다.

이 소설은 버지니아 울프가 자살하는 예피소드를 다룬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제목으로 된 20세기 말 뉴욕에 사는 클라리사의 에피소드, 그 다음으로는 ‘울프 부인’으로 버지니아 울프가 『델러웨이 부인』을 집필하는 과정의 일상이 전개되며, 다음으로는 ‘브라운 부인’이라는 소제목으로 『델러웨이 부인』을 남편의 생일날 아침에 읽는 1949년의 로라의 에피소드가 8회나 반복 병치되어 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시공간이 다른 세 인물들의 병치는 『델러웨이 부인』이라는 작품이라는 공통성 외에도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가진 삶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존재론적 허무감을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의 삶이라는 공통성을 의미화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인 ‘글쓰기’나 창작자에 대한 자의식에 대해 뛰어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즉 ‘쓴다는 행위’에 대해 독특한 자의식적 회의와 반성과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특징은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상호텍스트성 intertextuality)과 ‘패러디’이다.

2.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디 아워스>

소설의 줄기를 따라가면서 세 인물의 상호텍스성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인물들의 귀걸이를 통에서도 나타난다. 세 여성은 모두 노란색 호박 귀걸이를 하고 있는데, 버지니아의 귀걸이가 가장 크기가 작고, 그 다음이 로라, 세 번째 클라리사의 귀걸이가 가장 크다. 이 귀걸이의 크기는 이 영화에서의 쓰는 자, 읽는 자, 행위하는 자라는 세 시공간의 상호텍스트성을 말하고 있다. 즉 쓰기와 읽기, 행위하기의 상호텍스토성, 즉 차이와 반복을 구현하는 소독구적이 것이다. 소설의 의미를 잘 구현하면서도 영화적 매력을 잘 살린 영화이다. 음악과 편집 역시 상호텍스트성을 잘 구현하고 있다.